이 고객님이 기억나는 이유는
보통 70~80 어르신들이 입을 수의를 만드는 효수의가
채 열살도 되지 않은 꼬마아이의 수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종배송되기 전 까지 효수의제작소 어머님들과 한지를 납품해주시는 전주전통한지원, 퀵서비스 기사님들까지 한 마음이 되서 일찍가게 된 소녀의 마지막 옷을 만들고 배송했던 기억입니다.
전주(원단) - 대전(제작) - 일산(수의)
단 24시간만에 원단공수부터 제작 및 배송완료
상담 - 주문 - 분홍한지긴급주문(전주) - 분홍한지도착(대전서부터미널) - 효수의제작소 - 재단 - 재봉 - 검수1 - 검수2 - 포장 - 고속버스(대전복합터미널) - 일산터미널 - 일산장례식장
오후 3시10분 30대 여성분의 상담전화가 왔습니다.
한지로 된 수의를 구매하고 싶은데 분홍색이었음 좋겠다면서
내일 아침 9시까지 필요하다는 전화였습니다.
100% 고객만족을 추구하는 효수의로서 거래처에 연락해봤습니다.
"원래 흰색 한지밖에 없지만 전주전통한지원에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문의 결과 1~2벌 만들 정도의 분홍한지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고객님께 다시 전화를 걸어 가능하다고 전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목소리가 젖은 고객분께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가 알아봐줘서 전화했다. 우리애기 마지막 입을 옷을 주문하려고 한다. 신데렐라 드레스같이 이쁘게 만들어.......주세요...."
전화하시는분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씀하시기에 당황했지만 담담히 상담을 이어갔습니다. 애기라고 하는거 봐선 나이가 어린거 같아 평소보다 작게 만들어야 되기에 나이를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애기 나이나 키가 얼마나 됐었나요?"
"9살에 키는 143정도인데, 사후 경직 때문에 발목이 뻗쳐서 좀 더 커요..."
울먹임에서 통곡으로 변하면서 제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의제작 가능한지 제작소에 연락 후 전화드리겠습니다..."
천안사무실에서 대전공장으로 급히 제작 가능하냐고 어머니께 문의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힘들 거 같다고 해”
가슴이 먹먹했던 저는 애기가 마지막으로 입을 수의를 꼭 보내주고 싶어서 특별한 사연을 말했습니다. 어린아이를 잃으신 고객님의 젖은 목소리와 함께.
"전주 다시 전화해서 빨리(분홍한지) 가지고 오라고 해."
전주에서 대전으로 퀵서비스로 분홍한지를 긴급공수했고
효수의제작소에서 지난 10년 동안 함께한 어머님들은
원래 퇴근시간인 6시를 훌쩍 지나 8시30분까지 잔업을 하시고 수의를 완성한 후 퇴근하셨습니다.
<당시 제작했던 신데랄라 드레스>
그 다음 제 몫이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일산가는 첫차에 한지수의를 아니.. 고객님이 요청한 '마지막 신데렐라드레스'를 실어 보냈고 3일 후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애기 이쁜 옷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본분을 다 한 것 뿐인데요. 좋은 곳에 가서 편안하길 기원합니다"
말씀 도중 다시 목소리는 젖어들었지만 한결 편해진 목소리였습니다.
효수의 상호를 정할 때 '자식이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이니까 효도의 효를 넣자'라 생각해서 상호를 정했는데 부모가 자식수의를 주문하는 이 특별한 상황이 상당히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 목소리와 무거운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이 30대 여성 고객님의 상담과 특별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더 강해졌습니다.
수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입는 옷이기에.
